2023. 5. 8. 20:34 여행+해외
일본 휴가, 이후의 단상-짐 싸는 요령이 늘듯 인관관계 요령도 늘었으면...
* 개인적인 감상을 담는 곳입니다. 내돈내산 지향합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이렇게 길게 휴가를 낼 수 있으리라고는 사실-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심지어 예전의 직장에서는 수술 일정도 최대한 쉬는 날 끼게 일정 잡고, 아무도 뭐라 안했지만 은근한 눈치에- 폐활량도 안돌아온 상태로 출근한 적도 있었는데 말이죠.
2020년 1월 이후, 몇 년만의 여행이었고- 그 사이 못 보았던 친구도 만나 기분좋은 1주일을 보냈어야만 했는데.. 어쩐지 얼룩덜룩한 일정을 보낸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것.
https://anixmana.tistory.com/646
나름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만의 착각이었는지... 여전한 강박적 증세로 인하여!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침투한 이래로- 휴가 내내 어질어질 합니다. 친구와 함께했던 2박 3일 동안에도 불안한 마음에 카톡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어리석은 나여!!!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잘 돌아가는데- 대체 왜 이런 사소한 것에 집착을 하는지.. ㅠ.ㅠ 결국 4일 째 되는 날 폭발해 버렸고! 몇몇 분들이 피해를 보셨다는.. 물론 돌아와서.. 사죄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못나서 죄송!
에스키모인들의 지혜였던가요. 화가나면 걸어라.. 그래서 친구와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도쿄로 돌아온 다음부터는 정말 열심히도 걸었습니다. 하루에 3만보 이상씩 걸었던 것 같아요.. 어허허.. 나도 참 나다.. 싶을 정도. ㅠ.ㅠ
걷는 것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크게 무리를 한 것은 아닙니다. 걸으면서 조금씩 화가 추스러들기도 했고요. ^^ 왜 이런 사소한 생각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화가 나기 시작했던 22일.. 그리고 부들부들 23,24일은 3만보가 훌쩍넘게 걷고 또 걸었습니다. 결국 신발 한켤레는 보내주었죠~ 하하~!
뇌 또한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장기이다보니! 너무 많은 고민을 하면- 쓸데 없는 생각들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결국 중요한 것을 생각해야 할 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였나.. 해만지면 기운도 없고.. 정신도 못 차리겠고.. 머리는... 몸은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소리치는데, 이게 또 잠이 오는 것은 아닌 것이..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은 항상 가기 직전의 설렘이 가장 큰 법... 그때 수도없이 짐을 쌌다 풀렀다하며- 굳이 꼭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을 하나씩 덜어내곤합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여행을 경험하고 나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아도 꼭 필요한 것들로만 빠르고 간단하게 짐을 꾸릴 수 있는 기술이 생기죠.
그런데, 왜- 인생은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나 매번 상처받고 힘들어하면서- 어째서 또 다시, 상처 받을만한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것일까... 왜 이쪽에는 기술이 생기지 않는 것일까...
짐을 쌀 때는 필요 없는 것들을 그렇게 잘 거르고 덜어내면서, 왜 내 인생에서 필요 없는 것들은 쉽게 거르고 덜어내지 못할까...
경험을 통해 꼭 필요한 짐들만 가지고 여행을 떠날 수 있듯 인생이라는 경험을 통해서도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사주에 큰 물이 있다나요- 그 큰 물은 흐르지 않고 늘 고여있는지, 자꾸 담을줄만 알고 흘려보낼 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저장강박증 환자마냥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 짐들을 매번 끌아안고 사느라 새로운 좋은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날들...
그렇게 1주일간, 휴가동안 쓸데 없는 시간으로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무거운 발길을 계속 옮기다 한국으로 돌아와 말로 내뱉은 뒤! 대화를 해 봅니다. 다행히 인복은 좋게 태어나서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심지어 외국에 있는 친구까지 괴롭혔으니.. 저도 참.. 어휴..;;;
아직 완전하게 해소되었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것은 한 걸음부터이니 조바심은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인생도 함께 숙성되어 그 깊이를 더해야함인데 겉은 익었으나 속이 설익은 불협화음으로 늘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죽을때까지 성장하다보면- 어느순간 딱! 깨닫는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빨리 도착해버린 나리타공항... 다음 전철을 타도 충분히 왔을 것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비행기 타기 전 간단하게 식사나 하자~며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구매. 그리고 출국 수속을 하는데.. 제 백팩이 걸린 것!!! 네? 왜요?!??! 가방속에 뭐가 들어있었더라?!?!
.....네, 출국 수속 전 구매한 편의점 음식들이 들어있지요~!!!
가방 열어봐도 되겠냐는 질문에 네~ 먹을것만 들어있어요~ 라고 답변했어요. 가방은 열렸고.. 네, 간식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때 검사하시던 분이.. 와~ 진짜 많이 들어있네~라 말씀하셔서 빵터져버림..;;;;
그러다 범인 발견! 저 푸딩이었어요! 한참을 둘러보시다 오! 100ml안넘으니 괜찮다며 저렇게 지퍼백에 넣어주시고는- 앞으로는 이렇게 꼭! 넣어서 가져가기~라고 ^^;;; 넵. 어쨌든 일본에서의 마지막은 이렇게 웃음으로 마무리합니다.
귀국 항공편은 진에어 모회사인 대한항공과 공동운행이라고. 저야 처음부터 진에어였으니 상관없지만, 대한항공을 결제하신 분들은 조금- 심통이 나지 않을까... 남걱정도 해 봅니다.
안녕... 제시간에 출발한 비행기는- 제 시간에 한국에 도착합니다!!!
오전 비행기로 갔다 저녁비행기로의 귀국! 정말 좋은 조건으로 잘 다녀온 일본 휴가!!! 강박적 성향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억울함도 다 제탓이고! 이번 여행을 계기로 많은 것을 느꼈으니 억울할 것도 없습니다!
앞으로 긴 여행은.. 퇴사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네, 그게 좋겠어요. 아니면 어디가는지 비밀로 하고 스르륵 다녀와야지...
음...;; 한국에서 떠날 때 멀쩡했고, 여행내내 나를 도와주었던 가방!!! 벌써 10년 이상 저희집에서 함께한 이녀석은! 저보다 더 많은 국가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유럽, 동남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까지 정복한 너..
예전에도 일본 다녀오는 길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리어가 박살난..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그랬구나.. 하고 넘어갔었.. 왜 그랬니.. 과거의 나.. ㅠㅠ
그래서 이번에는 나리타에서 출발 전 사진을 찍었고, 도착했을 때.. 비닐 가방은 뜯어졌고! 캐리어는 손잡이가 부서져서 더이상 쓸 수 없... ㅠ.ㅠ 친구야.. 그리고 제 가방 위에서 수산물을 담은 무언가가 깨졌나! 비린내가 비린내가.. 이럴수가!!!!!!! 구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바퀴도 조금 이상해졌더라고요.
하지만 진에어측은.. 2만원까지만 보상이 된다고... 네.. 뭐.. 버릴 때.. 딱지 사서 붙이고 여차저차 하면- 딱 끝나겠어요.. 새로운 가방은 살 수 없겠죠!
오랫동안 함께했던 가방인만큼, 보내는 마음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이니!!! 너, 보내줄게- 신기한 것은... 1월 초! 회사에서 행운의 사다리타기를 통해! 새로운 여행가방을 득테한 것!!! 잠깐, 새로운 가방이 와서 나는 이만 은퇴~하고 떠나신 겁니까?
좀 끼워맞춘 것 같기는 하지만~ 하나가 생기면 하나가 가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현재 머릿속의 나쁜 생각들 이면에는 제가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좋은 생각 혹은 소식이 숨어있으리라! 생각하며!!!! 이렇게 여행 마무리~~!! 다시 한국 이야기 시작!!!
진짜 마지막으로~ 요즘 되뇌이는 문구! 공유하고 갑니다.
일명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인데요, 종교적 색채가 다소 있으나- 맨 앞의 신 부분만 빼고 본다면 너무나 좋은 말- 그래서 요즘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Th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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